준비운동

요 몇일간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어서 조만간 겨울이 끝나고
시나브로 봄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왠걸~
어제부터 날씨가 매서운게 한겨울의 추위 못지 않다.
그래도 시간은 확실히 흘러간다. 그 흐름은 아무도 거스를 수 없다.
그 속에 일말의 미련이라도 남은 듯 한 모습을 한 겨울의 추위가 아직 낯설다.
다만 그 속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각인 시키려는 듯한
이번 추위가 봄을 앞둔 시점에서 많이 애잔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겨울이 온듯한 추위 속에서 봄을 이야기하고 싶다.
봄이 오면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에 맞춰 이것저것 많이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바로 달리기이다.
작년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달리기를 쉬기 시작했으니까
약 4개월의 공백이 생긴거 같다.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 내가 달리기 시작했을까?!
사실, 나는 달리기 보다는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걷는 것을 좋아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집근처에서 조그만 걸어가면 뚝섬유원지가 나오기때문에
한강 근처를 산책하기에 좋은 코스가 많아 걷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자주 걷으면서 스스로 정해진 산책로를 걷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 되었고,
특히나, 조금 늦은 밤에 산책로를 걸으면 꿈꾸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왠지 늘상 걷던 자기 자신만의 속도를 한번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당시 내가 이런 저런 것에 많이 얽매여 있어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평소와 같이 적당한 보폭과 안정된 호흡으로 걷다가 조금씩 조금씩
보폭을 늘려가면서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속에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 조금씩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하는 땀방울
그리고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숨소리, 뛰고 있는 두다리에 생기기 시작하는 적당한 뻐근함등
걷는다에서 달린다는 행위의 변화와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소소하게 커져가는 듯 했다.
아마 달린다는 행위는 당시 내가 처한 상황과 맞닿아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온 내 삶에 긴박한 속도감이 필요하게 된 시점인지 모른다.
그것은 하나의 변화였고, 또 다른 의미의 메타포였다.
힘든 일이 있으면 나는 달렸고, 터질듯이 뛰는 심장과 거친 숨소리가 나를 존재하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모든 시작에 있어서 처음의 동기부여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잘 생각이 나지 않게 마련이다.
자신에게 시간이 지나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일수록 그 시작은 사소하고 소소한 것부터 나타나는거 같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에게 그 처음 시작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쌓여진 현재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결국 시작을 하던 안하던 그것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은 과거의 잔상이 아니라 현재의 의지니까 말이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뛰는 것을 잠시 쉬었다.
그렇다고 해서 피트니스 센터같은 곳에 가서 러닝머신위에서 뛰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늘 뛰던 한강 근처의 산책로에서 밤에 시원한 강바람과 내 등뒤를 비추는 은은한 네온가로등불을 맞으며
달리고 싶었다. 적어도 내가 계속 달리는 계기가 있다면 바람과 야경과 네온등정도...
본격적으로 달렸던 작년에는 큰 맘을 먹고 러닝슈즈를 사고 뭔가 새로운 동기 부여를 위해 단축 마라톤에도 참가해보았다.  
처음 참가해 본 마라톤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나이드신 아저씨 아주머니들께서 나보다 잘 달리시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10km를 달렸던 나의 기록은 53분 44초 나름 만족하는 기록이었다. 기록 갱신이나 성적을 위해서 달린것은 아니라, 또 다른 경험을 해보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왠지 이번 추위가 물러가면 어느덧 봄이 빠르게 다가올듯한 기분이 든다. 길거리에 목련나무에 꽃봉우리가 맺여있는 것도 보았다. 항상 때이른게 피어 채 봄의 따듯함을 즐기기 전에 지는 목련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봄을 먼저 알리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슬슬 준비운동을 해야 겠다.
겨우내 굳었던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새롭게 시작하는 따뜻한 봄기운에 맞추어서
잊었던 내 삶의 속도감을 되찾고 다시 뛸 준비를 해야겠다.

by 夢幻之客 | 2009/02/17 01:27 | 常-살다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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